구개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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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개음화(口蓋音化)는 닿소리가 가까운 구개음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즉 자음의 조음점이 경구개와 가까워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보통은 [i], [e] 등의 전설모음의 앞이나 경구개 접근음인 [j] 앞에서 많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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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한국어의 구개음화
한국어에서 구개음화는 닿소리 뒤에 ㅣ나 ㅑ, ㅒ, ㅕ, ㅖ, ㅛ, ㅠ 등이 올 때에 생기는데, 대부분의 낱말에 적용된다.
본디 닿소리 | 바뀌는 닿소리 |
---|---|
ㄷ[t]/[d] | ㅈ[ʨ]/[ʥ] |
ㅌ[tʰ]/[dʰ] | ㅊ[ʨʰ]/[ʥʰ] |
ㄴ[n] | ㄴ[ɲ] |
ㄹ[ɾ] | ㄹ[ʎ] |
ㅎ[h] | ㅎ[ç] |
ㅅ[s] | ㅅ[ɕ] |
예를 들어 ‘굳이’, ‘같이’는 각각 /구지/, /가치/로 발음한다. 한국어의 구개음화는 일부 외래어에도 적용되어서[출처 필요] 광복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이 주로 라디오(radio), 비디오(video)를 /나지오/, /비지오/로 불렀고[출처 필요], 지금도 적잖은 사람들이 센티미터(centimeter)를 /센치미터/, 스티로폼(styrofoam)을 /스치로폼/으로 발음하지만, 네 개 모두 국어연구원에서 정한 표준 발음법에 어긋난다. 또한 ‘힘’을 /심/, ‘기름’을 /지름/으로 소리내는 사투리도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이런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는 사투리도 있다. 특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문화어에서는 ‘ㅅ’의 구개음화를 하지 않고 함경도 등의 지역에서는 치조음 전반에 대한 구개음화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ㄷ, ㅌ의 구개음화를 제외한 나머지 자음의 구개음화한 자음들은 한국어의 독립적인 음운 요소로 인식이 되지 않는 변이음이므로 실제 한국어 화자들은 구개음화가 발생하는 것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구개음화에는 특정한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디디다’와 ‘느티나무’는 구개음화하지 않는데, 이와 같이 ㄷ, ㅌ의 구개음화는 뒤이어서 모음 ㅣ를 포함하는 조사나 접미사 등의 종속적 관계를 가진 형식 형태소가 나올 때 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문이 있다’의 ‘문이’는 구개음화하지만 ‘무늬가 있다’의 ‘무늬’는 구개음화하지 않는다.
[편집] 역사
조선 중기에 언어 전반적인 구개음화가 일어났는데, /ㄷ/와 /ㅌ/가 /i/나 /j/ 앞에서 /ㅈ/와 /ㅊ/로 소리나게 된 것이다. 그 시기는 여러 가지 문헌으로 볼 때 17세기에서 18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그 때에도 관서 지방에서는 그러한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을 시사하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현재 문화어에서 일부 어휘에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과 일치한다.
하지만 철자 관습은 20세기 초까지 그대로 남았는데, 예를 들어 /조/ · /치/ 등은 관습적으로 ‘됴’ · ‘티’로 써 왔다. 이를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소리나는 대로 ‘조’ · ‘치’로 밝혀적도록 하였지만, 관습적으로 쓰였던 예전 표기법은 1970년대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한편 구개음화한 소리가 나지 않는 /디/ · /티/를 쓸 때에는 구개음화해서 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ㅢ를 썼다. 이런 낱말로 ‘잔듸’가 있다.
[편집] 다른 언어에서의 구개음화
고대 영어에서 [sk]는 대부분 [ʃ]로 변화한 적이 있다. Shirt의 옛 철자는 <scyrt>였는데, 이 철자를 보면 음운변화가 완료된 후 유입된 외래어인 skirt는 shirt와 동일한 어원을 지님을 알 수 있다.
라틴어에서는 [ke]와 [ki]였던 발음이 이탈리아어에서는 [tʃe], [tʃi]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탈리아어에서는 그래서 [tʃe] 발음을 <ce>로 표기하는 한편 [ke]/[ki] 발음은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표시로 <h>를 덧붙혀 <che>/<chi>로 적는다.
브라질 포르투갈어에서는 /d/와 /t/가 /i, ĩ/ 앞에서 [dʒ]와 [tʃ]로 소리나는데, 이는 별도의 음운을 차지하지는 않는 이음이다.
[편집] 참고 문헌
- 이기문, 《국어음운학연구(國語音韻史硏究)》, 한국문화연구소, 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