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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김 사건 - 위키백과

수지 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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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김 사건은 윤태식이 1987년 1월 부인 수지 김(본명 김옥분)을 홍콩에서 살해한 사건이다. 그러나 당시 제5공화국 정권은 부부싸움에 이은 살인사건을 ‘여간첩 남편 납북기도사건’으로 조작했다. 이 사건은 과거 독재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서 벌인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이다.

윤태식은 이후 성공한 벤처사업가로 변신해 패스21이라는 지문인식 회사를 설립하고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벌이다가 2001년 12월 일명 윤태식 게이트가 언론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목차

[편집] 사건 개요

김옥분은 1952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1남 6녀중에서 둘째딸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서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했다. 미8군에서 일하면서 일본인 관광객들을 상대하다가 홍콩 사람과 결혼하여 홍콩에서 살았다. 홍콩의 남편과 이혼한 후에 일본의 한국계 술집에서 일하다가 또 다른 홍콩 사람과 잠시 결혼을 하기도 했으나 결국 이혼했다. '수지김'은 이런 과정에서 사용한 김옥분의 가명이었다. 이후 윤태식을 만났고 1986년에 결혼했다.

1987년 1월 3일, 홍콩의 아파트에서 부부싸움끝에 남편 윤태식은 부인을 목졸라 살해했다. 아내의 주검을 침대 밑에 숨기고 이틀 뒤 싱가포르 주재 북조선 대사관을 찾아가 월북하려고 했다. 그러나 북조선 대사관에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미국 대사관을 찾아갔고, 결국에는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보내졌다.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는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되었다가 탈출했으며, 아내는 북한 간첩이었다"고 주장했다.

[편집] 조작 및 은폐

윤태식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 판단한 이장춘 당시 싱가포르 대사와 안기부 현지주재관이 윤태식의 기자회견을 열지 말아야 한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장세동 안기부장관은 현지의견을 받아들여 기자회견 보류를 지시했으나, 이후 마음을 바꿔 네 시간만에 다시 강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장춘 대사는 횡설수설하는 윤태식이 기자회견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결국 싱가포르와 외교마찰을 우려해 1987년 1월 8일 제 3국인 타이 방콕에서 1차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로 송환된 1987년 1월 9일 김포공항에서 2차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장춘 대사는 싱가포르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라는 본국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쓰기도 했다.) 당시 언론은 이 사건을 '북한 여간첩이 미인계로 순진한 남편을 꼬드겨 홍콩에서 월북시키려다가 남편이 가까스로 탈출한' 일종의 활극처럼 보도했다. 생계를 위해 일본에 드나들던 술집 여종업원은 일본 조총련계 간첩단과 연루된 미모의 여간첩으로 둔갑하였고 남편 윤태식은 '사지(死地)에서 돌아온 반공투사'가 되었다. 당시 1986년 가을부터 MBC에서는 《남십자성》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수지김 사건 이후에는 아예 '수지김'이라는 여간첩이 드라마 배역에 등장하기도 했다.^ 

윤태식은 곧바로 남산분실로 연행되어 엄중히 추궁을 받았으며, 결국 자신이 부인을 살해하였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자진월북하려 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안기부는 윤태식이 이와 관련해서 함부로 발설하지 말도록 했으며, 1991년부터는 해외에 나가지 못하도록 출국금지를 시키기도 했다.

1987년 1월 26일, 악취가 난다는 이웃집의 신고로 홍콩 경찰이 부인의 아파트를 수색했고 결국 침대 밑에서 부인의 주검을 발견했다. 홍콩 언론은 수지김이 간첩이 아니라고 정정보도를 했으나 대한민국에는 이 소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후 홍콩 경찰은 남편 윤태식이 수지김을 살해했을 것이라 추정하고 홍콩으로 불러서 조사하려 했으나 대한민국 외교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싱가포르 주재 북조선 대사관이 윤태식은 자진해서 대사관에 왔을 뿐 납치기도는 없었다고 주장하자, 싱가포르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도 납북미수는 사실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간첩이라는 모함을 받은 수지김의 일가족은 풍비박산나는 아픔을 겪었다. 일가족 중에서 세명이 화병과 정신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수지김의 여동생 네 명중 세 명은 간첩을 자매로 두었다는 사회적 지탄때문에 이혼을 당했고, 조카는 따돌림 때문에 학교를 자퇴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윤태식은 계속해서 각종 사기 범죄를 저질러 왔다. 영화배급사업을 하다가 파산한 이후, 1994년에는 방송사 PD 신분증을 위조해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수억원을 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1996년 7월에 출소했다. 이후에도 위폐감식기, 중국사업진출등의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경력이 있는 윤태식이 어떻게 패스21이라는 지문인식시스템 벤처회사를 설립했는가에 대해 강력한 의혹이 남아있다. 특히, 수지김 살인사건을 조사했던 안기부가 패스21 지문인식시스템의 기술시연회를 1998년 10월 안기부에서 열기도 하는 등 안기부가 윤태식을 특별히 관리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윤태식 게이트가 드러난 이후에는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들과 새천년민주당 의원들이 패스21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음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편집] 재조사

이 사건을 최초로 조사한 사람은 〈신동아〉 이정훈 기자였다. 1995년 한 언론사 선배에게 이 사건의 전모를 귀띔받고 취재를 시작하였으나, 당시 근무하던 〈주간조선〉(1995년)과 〈시사저널〉(1998년)에서 편집부의 반대로 기사화하지 못했다. 결국 사건의 전모가 2000년 1월 주간동아에 처음으로 보도되었고 2002년 3월에는 SBS그것이 알고 싶다》에 관련 내용이 방송되었다.

경찰은 2000년 1월 경 홍콩경찰에서 당시 자료를 넘겨받아, 사건이 조작되었음을 인지하고 수사에 들어갔으나, 김승일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의 요청을 받은 이무영 당시 경찰청장의 지시에 따라 수사는 중지되었다. 그러나 여론의 압력으로 재조사가 시작되었고 마침내 남편 윤태식은 2001년 10월 26일 공소시효를 50일 정도 남기고 살인혐의로 구속되었다.

[편집] 결과

2002년 5월 14일 법원은 '아내를 살해한 뒤 주검을 숨기고, 납북될 뻔했다가 탈출한 것처럼 거짓 기자회견을 여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와 더불어 유족들에게 15년동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도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없어 중형을 선고받아 마땅하다'고 밝히고 윤태식에게 살인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수지김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은폐 및 조작을 주도했던 장세동씨등 안기부 관계자들에 대해, 2002년 6월 검찰은 직권남용죄 (공소시효 3년)와 직무유기죄(공소시효 1년)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유족 10명은 같은 해 국가와 윤태식을 상대로 10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2003년 8월 14일 42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 비용은 당시 유사소송과 비교했을 때 최고의 배상 금액이었다. 국가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것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된 박처원 전 치안감 이후 두 번째였다. 국가정보원은 2003년 8월 21일 고인의 명복을 빌며 사건조작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법무부는 수지김 사건의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사건을 종결시켰고, 국가는 장세동씨 등 당시 안기부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배상액을 물리기로 결정했다. 장세동씨는 구상권에 의한 배상액 지불을 피하기 위해 8억원대의 빌라를 처분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국가에 의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편집] 바깥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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